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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세에 유럽교회에서는 사순 시기 동안 제대와 신자석 사이를 커다란 휘장 velum templi (= Tempelvorhang / 성전휘장) 을 쳐서 막는 풍습이 있었는데, 이 휘장을 지역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불렀다. 알프스 동쪽 지역의 국가들 특히 남부 오스트리아 지역에서 이것을 사순 휘장 (= Fastentuch)라고 불렀으며, 티롤지방에서는 Leidentuch (고통의 휘장) 이라고, 그리고 독일을 포함한 스위스 이북 지역에서는 Hungertücher (배고픔의 휘장)이라고 불렀는데, 그 이유는 중세유럽의 사순 시기는 우리나라의 [보리 고개] 처럼, 실제로 비축 식량이 거의 동이 나고 많은 사람들이 먹을 것이 없어서 굶어야 했던 시기였기 때문이고, 이 단어에서 기인해서 독일말의 [가난하다, 기아에 시달리다, 곤궁을 겪다]라는 표현으로 오늘날에도 [am Hungertuch nagen] 이라는 말을 한다.

사순시기 동안 제단을 휘장으로 가리던 풍습은 성궤를 쌌던 천과 예수님께서 돌아가시자 두 쪽으로 갈라진 그 성전휘장을 상징하기 위해서 서기 1000 년경까지 유럽에서 행해지던 풍습 으로 재의 수요일부터 성 금요일, [수난복음 중 (예수님이 십자가에서 숨을 거두시자 성전 휘장이 위에서 아래까지 두 갈래로 찢어졌다. (마태 27,51)]는 대목이 낭독 될 때]까지 걸어 두었는데, 이는 사순시기 동안 인간은 감히 제대를 바라 볼 자격도 없음을 상기시켜 회개에 정진하도록, 그리고 동시에 부활의 신비에 대한 기대와 기쁨을 더욱 극대화 시키는 의미가 있었다고 한다.

독일 카톨릭 구호단체인 Misereor (독일주교회의 산하기구, 본부 아헨)는 1959 년부터 사순시기에 맞추어 아시아, 아프리카, 라틴 아메리카 등 빈민국가를 돕기 위한 자선모금 운동을 해 오고 있는데, 1976 년 사순 자선모금운동에 사라진 옛 풍습인 이 Hungertuch 를 처음으로 사용하기 시작하였으며, 첫 해인 1976 년에는 그 해의 지원국가로 선정된 인도 출신 미술가의 그림을 독일의 모든 성당이 사순시기 동안 제대 뒤편에 걸기 시작하였고, 그 이후 매 2 년마다 선정되는 지원국가 출신 미술가의 그림을 Fastentuch, Hugertuch 로 사용하는 것으로 정착 되었다.

올해 Fastentuch 액션의 모든 수익금은 남미의 엘살바도르 청소년들을 위해 쓰여지는데, 엘살바도르가 선정된 이유는 전체 국민의 50% 이상이 25 세 이하이고, 실업율이 30%에 육박하는 빈민국으로 높은 청소년 범죄율이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국가이고, 한편으로는 최근 미국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으로 들어오려고 하는 미국주변 중앙 아메리카 국가 사람들은 대부분 잠정적인 범죄자들이라“고 발언하면서 특히 엘살바도르를 언급한 사실에 대한 항의와 견제의 성격도 띄고 있다.

2019 년 Fastentuch–Hungertuch 는, 예외적으로 후원 대상국인 엘살바르도 예술가가 아닌, 독일 Flensburg 출신 조각가 Uwe Appold 작품으로, 예루살렘의 겟세마니 동산에서 가져온 흙과 기타 조형물을 천에 붙여 만든 작품이며, 이 작품의 주제는, [Mensch, wo bist du? 인간아 너 어디에 있느냐?]로, 이것은 하느님 말씀을 거역한 아담과 하와가 동산에 숨어 있을 때에 하느님께서, [너 어디 있느냐? (창세 3,9)]라고 찾으시며 부르시던 말씀을 인용한 것으로..., 하느님이 창조하신 이 세상을 인간들이 파괴하고 있을 때에, 너는 어디에 있었으며, 어떤 입장을 취하고 있었는지? 하느님이 창조하신 인간들 사이에, 불의와 부조리가 인간을 파괴하고 있을 때에 너는 어디에 있었으며 어떤 태도를 취하고 있었는지? 질문을 던지며 이 물음을 통해 우리 각자가 답을 찾아 보자고 제안한다.

작가가 설명하는 그림의 의미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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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탕색인 청색은 생명에 필수적인 물 그리고 끝없이 높은 창공을 의미하며,
  • 왼쪽하단 작은 십자가의 붉은 색은, 사랑과 고난을 의미하고 동시에 성령을 상징한다.
  • 중앙 금색 원 속의 작은 집은, 2015 년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발표하신 회칙 [Laudato si : 찬미를 받으소서]의 부제였던 [Über die Sorge für das gemeinsame Haus : 우리가 사는 공동의 집 (=지구)에 대한 염려에 관하여...]에서 언급하신 바로 그 [공동의 집]을 상징 하는데, 오른쪽 한편이 열려 있는 것은, 미완의 상태를 나타내며 모두가 공동으로 마지막까지 완성해야 함을 상징한다.
  • 우측 하단의 붉고 푸른 의상을 입고 있는 듯한 형상은 인간을 상징하는데 창조 당시의 모습이 아니라 이미 의복을 걸쳐 입은 원죄 이후의 인간 모습이며, 양팔을 위로 벌린 듯한 모습은 한편으로는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커다란 그릇(접시)형상으로 하늘을 향한 인간의 갈망을 표현한다.
  • 좌.우측 하단의 글씨는 그리스어의 „예수 그리스도“ 약자인 우측의 IX 와, 좌측의 암호 같은 글씨 마지막에는 무한대를 나타내는 수학 기호인 ∞를 똑바로 세워서 8 로 보이도록 한 것으로, 이는 하느님이 인간을 똑바로 서서 걸어 다니는 존재로 만들어 주셨음과, 인간에게 주어진 책임을 똑바로 무한대로 질 수 있어야 함을 표현하고자 하였다.
  • 집과 그 주변의 흙색 바탕을 이루고 있는 재질은, 예수님께서 잡히신 예루살렘 겟세마니 동산의 흙으로, 죽음의 역사의 현장 이었지만 새로운 생명을 잉태하는 땅을 상징한다. 또한 이 흙은 이 지구가 모든 피조물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의 생활공간으로 주어진 곳임을 상기 시키고자 한다.
  • 가운데 금색의 동그라미는 하늘과, 시작인 동시에 끝을 의미하는 무한함의 상징으로 여기에서는 하느님께서 인간들에게 특히 소외된 인간들에게 주시는 한없는 사랑의 약속을 상징하며, 금색은 하느님의 영광을 상징한다.
  • 그림 속 12 군데에 흩어져 있는 작은 돌들은 겟세마니에서 가져온 흙에서 나온 것들로 12 사도, 이스라엘의 12 지파를 상징하며, 수없이 많은 시도와 실패를 거듭했던 12 개월의 작품 제작과정에서 있었던 여러 걸림돌들도 표현하고자 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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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경수 베드로 부제 엮음.

참고 외부 링크: "Mensch, wo bist du?" – Das Misereor-Hungertuch in Köl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