쾰른 한인성당 40주년 감사미사

 

                                                                    2010. 6. 20(주일)

                                                                                     장봉훈 가브리엘 주교(청주교구장)

 

1. 오늘 우리는 쾰른 한인성당 설정 40주년 감사미사에 자리를 함께하였습니다. 먼저 지난 40년 동안 독일 한인사회에 중추 역할을 해온 쾰른 한인성당을 통하여 수많은 은혜를 내려주신 하느님께 찬미와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지난 40년 동안 한인공동체를 위한 쾰른교구의 끊임없는 관심과 배려, 그리고 아낌없는 지원에 한국교회를 대신하여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그리고 지난 40년 동안 쾰른한인성당에서 사목하셨던 모든 신부님들과 평신도 봉사자들에게 깊은 감사를 드리며, 이미 세상을 떠난 분들에게는 영원한 안식을 주시기를 기원합니다.

 

 이 시간 우리 함께 “하느님 섭리”에 대하여 생각하는 가운데 이 시간을 축복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2. 우리는 “하느님의 섭리”란 말을 종종 듣습니다. 하느님의 섭리란 하느님이 주관하시고 인도하심을 뜻합니다. 하느님의 섭리란 하느님께서 인간을 구원할 목적으로 하느님의 계획에 의하여 인도하시는 질서와 은총을 뜻합니다.

  하느님께서는 인류의 역사를 섭리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한 민족과 국가의 흥망성쇠를 섭리하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일생도 섭리하십니다. 하느님은 큰 일만 섭리하시는 것이 아니라, 작은 세미한 일까지 섭리하십니다.

  이 세상에 우연이란 없습니다. 모든 것이 하느님이 주관하시고 인도하시는 섭리속에 있습니다. 그런데 하느님의 섭리에는 하느님이 뜻하시는 목적이 있습니다. 하느님의 섭리에는 하느님이 뜻하시는 계획이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행복과 구원입니다.

 

3. 창세기 37 1절 이하를 보면 여러분이 잘 아시는 성조 요셉 이야기가 나옵니다. 여기에는 하느님의 놀라운 섭리가 함축되어 있습니다. 야곱에게는 12 아들이 있었습니다. 요셉은 야곱의 11번째 아들입니다. 늘그막에 얻은 아들이라서 야곱은 요셉을 무척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형들은 요셉을 시기하고 미워했습니다.

 

 어느 날 요셉이 도탄에서 양치는 형들을 만나러 갑니다. 형제들은 요셉을 잡아서 구덩이에 쳐넣었습니다. 광야에 깊은 빈 구덩이에 던져 굶겨죽일 계획이었습니다. 마침 그때에 그 광야에 사람이 지나가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에집트로 가는 이스마엘 상인들이었습니다. 그래서 형제들은 요셉을 웅덩이에서 굶어죽게 하느니 그 사람들에게 팔아 넘겼습니다. 노예의 비참한 신세가 되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그때에 에집트로 가는 대상 이스마엘 사람들이 지나가는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섭리입니다.

 에집트에 도착해서 다른사람에게 팔려갈 수 있었지만 마침 파라오의 신하인 경호대장 포티파르에게 팔아 넘겨졌습니다. 포티파르 장군의 아내는 젊고 잘 생긴 요셉을 유혹했고 동침하기를 원했지만 거절당했습니다. 격분한 포티파르 장군의 아내는 오히려 내 방에 들어와 나를 농락하려 들었다고 남편에게 고하여 요셉이 억울하게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억울하게 감옥에 갇힌 것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섭리였습니다.

 감옥에 갇혔을 때 에집트 왕에게 시중드는 두 명의 시종장이 죄를 범하여 요셉과 같은 감옥에 갇히게 되었습니다. 그 두 사람이 감옥에서 이상한 꿈을 꾸게 되었습니다. 요셉이 그 꿈을 해몽하게 되었고, 그 해몽대로 이루어졌습니다. 생각해 보면 감옥에서 두 명의 시종장과의 만남은 우연이 아닙니다.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였습니다.

 어느 날 에집트의 왕 파라오가 이상한 꿈을 거듭 꾸게 됩니다. 파라오는 에집트 전역의 마술사와 현자를 다 불러 모아 꿈 이야기를 들려 주었지만 파라오의 꿈을 시원하게 풀어드리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꿈을 해몽해 준 시종장의 추천으로 요셉은 파라오의 왕 앞에 서서 그 꿈을 시원히 해몽해 주고 대책도 알려줍니다. 왕은 요셉의 지혜에 감탄하여 에집트 온 땅에 자기를 대신한 통치자로 세웁니다. 이것은 하느님의 섭리였습니다. 가나안 땅에 사는 요셉의 형제들을 기근에서 구원하고자 하는 하느님의 계획이었습니다.

 요셉 이야기의 절정인 결론 부분인 창세기 45, 4-8절은 이 사실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내가 형님들의 아우 요셉이요. 형님들이 나를 에집트에 팔아 넘겼지요. 그러나 이제는 나를 이곳으로 팔아 넘겼다고 해서 마음으로 괴로워할 것도, 얼굴을 붉힐것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의 목숨을 살리려고 나를 형님들 보다 앞서 보낸 것입니다. 이 땅에 기근이 든 지 이태가 되었습니다. 아직도 밭을 갈아 곡식을 거두려면 다섯해가 더 지나야 합니다. 하느님께서 나를 형님들 보다 앞서 보내신 것은 형님들의 종족들을 땅에 살아남게 하려는 것입니다. 그러니 이곳으로 나를 보낸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그리고 하느님께서는 나를 온 땅의 통치자로 세워주셨습니다.

 

 요셉의 이야기는 얼른 생각하면 우연인 것 같지만 이 모든 것 가운데 하느님의 섭리가 있어 결국 하느님이 뜻하시는 목적을 이루시는 것입니다. 그것은 야곱의 일족을 기근 가운데서 구원하는 것이었습니다. 이 계획을 위하여 하느님은 요셉을 선택하셨습니다. 하느님의 뜻을 이루기 위해 하느님의 섭리가 모여서 결국 요셉의 생애가 되었습니다.

 

4. 쾰른 한인성당 설정 40주년 감사미사에 함께한 신자여러분!

여러분 중의 어떤 분은 많게는 50여년 전, 적게는 30-40여년 전 고국과 부모형제를 떠나 광부로, 간호사로 독일에 왔습니다. 여러분 중에 어떤 분은 유학생으로, 여러분 중에 어떤 분은 상사주재원으로 이 땅에 왔습니다. 그리고 문화와 언어가 다른 산설고 물설은 타국 땅에서 에집트로 팔려간 성조 요셉처럼 숱한 고생을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어느새 60-70대 노년이 되었습니다.

 

 이제 지는 석양처럼 타국에서 인생의 황혼기를 맞이하여, 여러분 중에 어떤 분은 그리움과 회한에 젖어 남모를 눈물을 흘리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동물은 ‘회귀본능’이 있다고 합니다. 연어가 생을 마칠때에는 자기가 태어난 자리로 돌아가 산란을 하고 죽는 것처럼 사람도 누구나 회귀본능이 있습니다. 나이가 들면 더욱 더 고향이 사무치게 그리워지는데, 이제는 자녀들 때문에 돌아갈 수 없는 몸이 되었습니다너무나 긴 세월 고국과 고향을 떠나 살다 보니 이곳 생활에 익숙해져서 고국과 고향으로 돌아가 살 용기가 없습니다. 경제적인 문제로 이제는 고향에서 여생을 마치고 싶어도 돌아갈 수가 없습니다. 몸만 오고 마음은 오지 못해 독일과 한국에 양다리를 걸치고 꿈이면 고향을 서성이던 지난 생애를 되돌아보며, 한국인도 독일인도 아닌 영원한 이방인으로 타향에서 맞이하는 노년은 회한의 눈물이 없을 수 없습니다. 그리움의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 남모르는 눈물을 누가 닦아주며 멈추게 할 수 있겠습니까?

 

 또한 여러분 중에 어떤 분은 남모르는 마음의 병을 앓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부모님을 생각하면, 형제들을 생각하면, 너무나 마음이 아픕니다. 부모형제의 말 한마디 때문에, 오해와 배은 때문에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의 아픔을 지니고 살아가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너무나 큰 마음의 상처는 증오와 분노, 그리고 한이 되어 고통의 나날을 보내고 계신 분도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누가 이런 상처와 아픔을 치유해 줄 수 있겠습니까?

 

 그리고 여러분 중에 어떤 분은 너무나 큰 실망으로 살 맛을 잃어버린 분도 계실 것입니다. 자녀에게 희망을 두고 탄광에서, 병원에서 밥먹듯 야근을 하면서 키운 자녀가 집을 뛰쳐나가며 던진 말 한마디가 비수처럼 가슴에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자녀에게 두었던 희망이 송두리째 무너져 내렸습니다. ‘피’는 한국 사람이지만 ‘생각’은 독일 사람이 된 사랑하는 자녀는 일년에 몇 번 찾아오기는 고사하고 전화조차 끊긴 지 오래입니다. 가장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버림받은 아픔과 슬픔, 고독과 절망을 누가 위로해 줄 수 있겠습니까?

 

5. 하느님께서 이 시간 견진성사를 받는 분들과 아픔과 한, 절망과 슬픔, 그리움과 회한을 가지신 우리 신자들에게 성령을 가득히 내려주시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그리하여 우리 마음의 눈을 밝혀 주셔서, 영적인 지혜를 내려 주셔서

지나온 우리 한 사람 한 사람 삶에 알알이 맺힌 하느님의 섭리를 온전히 깨닫게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생애에 점철된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분명히 깨닫게 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그리하여 성조 요셉처럼 조국을 가난에서 구하기 위하여, 여러분의 가정을 절망과 가난에서 살려내기 위해 여러분을 독일로 보내신 분은 하느님임을 알게하여 주시기를 바랍니다. 여러분의 한 생애를 되돌아보면서 하느님의 기묘한 섭리와 그 안에 감추인 하느님의 뜻과 계획을 깨닫고 모든 고통과 아픔을 치유받고 위로받기를 바랍니다.

 

“이곳으로 나를 보내신 것은 형님들이 아니라, 바로 하느님이십니다. 하느님께서는 우리의 목숨을 살리려고 나를 형님들보다 앞서 보낸 것입니다. (창세기45, 5.7)

 

6. 쾰른 한인성당 설정 40주년을 맞는 여러분!

이스라엘 민족은 40년간의 광야생활을 마치고

약속의 땅인 가나안 복지에 들어가 새 날을 맞이했습니다.

 

이제 여러분도 한인성당 설정 40주년을 맞이하여

부모형제를 용서하시고 새 날을 맞이하시기 바랍니다.

신자 형제 자매끼리 먼저 용서하고 새 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누군가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라고 했습니다.

이제 이곳 독일땅에 마음의 닻을 내리시고,

영원한 천상 고향을 향한 새 날을 맞으시기 바랍니다.

 

오소서 성령님, 저희를 새로나게 하소서!